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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의장

색깔에도 특허가 있다? 팬톤(PANTONE) 색채 연구소 이야기

by 특허광장 2021. 2. 17.

최근 들어 많은 기업이 제품에 어떤 색상을 입힐 것인지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고 있는데요. 색이 소비자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보니 기업마다 로고나 상품 등 색상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를 이용한 마케팅 기법을 ‘컬러마케팅’이라고 하죠.

< 유명 기업별 고유 색상 (출처: 특허청 정책기자단) >

이러한 색깔 하나하나에 특허가 있다면 어떨까요?

색에 관한 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인 ‘팬톤(PANTONE)’은 미국의 세계적인 색채 연구소이자 색상 회사입니다. 팬톤은 2000년부터 매년 ‘올해의 팬톤 컬러’를 선정하고 있는데요. 팬톤 컬러는 기업의 마케팅, 패션 및 뷰티 산업, 디자인 등 광범위한 분야에 영향을 미치며 컬러 트렌드를 주도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대중들의 인식 속에 박혀있는 색상은 모두 특허로 보호되고 있으며, 정확한 색상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팬톤 색상 번호를 알아야 합니다.

○ 팬톤이 일으킨 혁신

전 세계 미술, 인쇄, 광고, 화장품, 패션 등의 전문가들 사이에서 인정받는 팬톤은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요?

팬톤의 창업주인 로렌스 허버트는 세계 최초로 색채를 표준화하는 데 성공했는데요. 1950년대만 해도 색상에는 표준이란 것이 없었습니다. 같은 빨간색이어도 정확한 기준이 없었기 때문에 인쇄소나 출판소마다 서로 다른 색을 사용하고 있었죠. 따라서 업체마다 불필요한 혼선을 빚으며, 다시 작업해야 하는 일도 잦았습니다.

이러한 틈새시장을 주목했던 허버트는 자신이 전공했던 화학을 활용해 색상의 규격을 통일하고자 했습니다. 1962년 본래 화장품 회사를 위한 견본 카드를 만드는 회사였던 팬톤을 인수한 허버트는 다음 해 팬톤 매칭 시스템(PMS)을 개발했습니다. 먼저 기본 색소 열두 가지를 이용해 다양한 색을 섞은 뒤 각각의 색에 기호와 번호를 부여했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PMS는 최초에는 열 개의 표준 색상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1만 개에 달한다고 합니다.

당시 PMS의 등장은 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는데요. 섬유, 플라스틱, 페인트 등 산업 디자인 분야에 혁신을 불러와 디자이너, 인쇄업자, 예술가들 사이에서는 이리저리 색상을 말할 필요 없이 그저 색상 코드 번호 하나로 소통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 판매 중인 'PANTONE 익스텐디드 가멧 코팅 가이드' (출처: 팬톤 홈페이지) >

○ 미니언즈, 그냥 노란색이 아니다!

2015년에 개봉한 애니메이션 ‘미니언즈’도 팬톤과 협력해 개발한 노란색이 사용됐습니다. 주인공 캐릭터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미니언 옐로’는 희망, 기쁨, 낙천주의를 나타낸다고 하는데요. 팬톤 역사상 최초로 캐릭터 이름이 붙은 ‘미니언 옐로’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무료 색상입니다.

이렇듯 산업 전반적으로 색상을 두고 고민이 많아지는 가운데 패션계에서는 ‘색상 저작권’으로 법정 싸움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구두 브랜드 크리스티앙 루부탱과 입생로랑이 벌인 ‘빨강 혈투’인데요. 빨간색 밑창 컬러로 유명한 루부탱은 2011년 입생로랑이 신발 밑창과 깔창에 빨간색을 넣자 상표권 침해로 소송했습니다. 법원은 루부탱의 손을 들어줬고, 이 사건은 색이 브랜드의 로고처럼 상징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린 판결이 되기도 했습니다.

색채 연구가이기도 했던 철학가 괴테는 1810년 ‘색채론’을 쓰며 “색채를 과학적으로 관리하지 않는 것은 어린아이가 악보 없이 악기를 연주하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했다고 합니다. 손쉽게 디지털로 새로운 색 조합이 가능한 지금에서야 200년 전 괴테의 말은 더 강력한 힘을 얻었는데요. 기업은 경쟁 속에서 소비자의 마음을 홀릴 색깔을 찾는 컬러 전쟁이 일어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앞으로 색상이 가질 영향력에 대해 깊은 고민이 필요할 듯합니다. (자료인용 : 특허청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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